성악강좌 수강기 -뽀*님 후기

모든 것의 시작은 작년 6월 모공에 올라왔던 글 하나였습니다.

당시 팬텀싱어를 열심히 챙겨보던 터라 성악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나도 한번.. 이라는 마음이 들던 때였는데…

“유학 시절에 당시 재학 중이던 국립 음악원 전체를 통틀어 전례없이 유일하게 푸치니 마스터이자 대가인 안토니오 토니니(마리아 칼라스의 선생으로도 유명하죠)에게

개인적으로 ‘준비가 되었다’라는 공식 인정을 받아 학장에게 호출받고 선생들이 수업받고 온 날 토니니의 ‘말씀’을 가르쳐 달라고 달려드는 등

학교 전체가 발칵 뒤집어지는 사건을 만드신 분인 만큼 실력은 확실한 분이시라..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달려드시면 확실하게 기본기를 연마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안토니오 토니니, 세스토 부르스칸티니, 쥐세페 발뎅고 같은 대가들에게 사사받고 특히 세스토와의 인연이 길어 테너 알프레도 크라우스와 저녁 식사도 함께 하게 되는 등,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도 많이 겪으셔서 이것 저것 여쭤보시면 즐거운 시간이 되실 수 있으리라 장담합니다.”

헐. 이리 유명한 분이 강의를 하시다니. 근데 유명한 분이시니 엄청 비싸겠지? 열명만 모으신다는데..

….정도 생각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번호 받아서 문자를 보내봤다가 깜놀했습니다.

초급반 12주 코스에 15만원이라고 하시더군요. -_-;;;;;;;;;;; (참고로 전공자 한 시간 레슨비가 이 정도 합니다)

아니 이건 문화센터보다 싼 가격이다 싶어서 정원 차기 전에 빨리 신청하자는 생각에 닥치고 신청했습니다.

사실 나중에 들어보니 선생님도 이렇게 쌩초보들 가르치시는 건 처음이라.. 재능기부 차원에서 해보셨다고 하시더군요.

 

성악강좌 수강기

 

그 다음주에 룰루랄라 강습받으러 갔더니 아파트 상가 3층에 피아노 학원이더군요. 친구분 학원이라고 하십니다.

모이신 11분 중에 여자분 한분만 합창단 경력이 있으셨고, 나머지는 다 의욕 만땅 쌩초보들이었습니다.

첫 4주간은 복식호흡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뭘 주의해야 하는지에 대해 교육 + 실습을 들었습니다.

호흡에 소리를 얹는다는 거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박진영이 공기 반 소리 반이라고 하던 게 무슨 말인지 이해했습니다. -_-;;

틈틈히 유학 시절 이야기도 해주시는데 이게 엄청 재미있습니다. 워낙 구라가 세신 분이라…. 낄낄 대면서 들었네요. 🙂

겨우 복식호흡이 끝나니 드디어! 소리를 내봅니다. ㅠ_ㅠ

단음으로 음계 바꾸면서 외치는 건데.. 호흡 맞추려니 어렵습니다.

그렇게 두 주 정도 발성을 마쳤더니 악보를 주십니다. 파리넬리로 유명한 ‘울게 하소서’ 네요.

아 이제 드디어 노래 하나보다 아싸라비야! 였는데…아니었습니다. -_-;;;;

박자 맞추기와 이태리어 읽기 시간입니다. 생각보다 박자 맞추는 거 어렵더군요. 어릴 때 음악시간에 졸지 말껄 후회했습니다.

겨우 악보 하나 제대로 다 박자 맞추고 이제 노래 부를 줄 알았는데…. 다른 악보를 주십니다. 넬라 판타지아네요. -_-;

결국 동요한 학생들이 선생님께 여쭤봅니다.

‘저희 노래 언제 불러요?;;;’

‘초급반은 노래 안 부르고 기초만 배우는데요?’

……OTL

솔직히 성악 강좌를 듣겠다고 온 사람들 마음이 대부분 비슷하지 않습니까. 폼나게 노래 한 곡 배워보고 싶은건데.

근데 그건 중급반에 가야 배울 수 있다고 하니 다들 슬슬 안 나오시기 시작하시더군요. -_-;

결국 마지막 수업 즈음에는 2~3명 정도 남아서 수업을 들었습니다.

근데 이게 예상외로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주는데..

11명 있을 때야 한 명당 5분씩 봐주면 한 시간이 지나가는데.. 2명 나오면 한 사람당 30분을 봐주시게 되는 겁니다!

숫자가 적어지니 갑자기 수업이 엄청 재미있어집니다. 질문도 마음껏 할 수 있고 눈높이 교육도 해주시고..

아무래도 선생님도 원래 전공자를 주로 가르치시는 분이니, 소수를 가르치시는 게 훨씬 익숙해지시는 것 같습니다.

즐겁게 마지막 3주 교육을 마치고 선생님께 앞으로 계획을 여쭤보니, 계속 초보자 교육을 하시겠다고 하시네요.

다만 이번의 경험을 교훈 삼아, 초급반 2기는 4주로 줄이시고, 중급반을 신설해서 같이 돌리겠다고 하십니다.

마지막 남은 3명 중에 한분은 시간이 안 맞아서 아쉽게도 드랍하시고, 둘만 얼씨구나 중급반에 들어왔습니다.

중급반에 들어오니 선생님이 이제 노래하자고 하시면서 부르고 싶은 노래를 골라오라고 하십니다.

….내 실력에 어려운 노래는 절대 무리다 싶어서 유튜브를 뒤지며 짧고 밝고 멜로디 간결한 노래를 찾고 있었는데.

‘La donna e mobile’ 라는 노래가 나옵니다. 리골레토에 나오는 ‘여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아’라는 노래인데

…..음을 들어보니 하이마트 주제곡이더군요 ㅋㅋㅋㅋㅋㅋ (시간 좀 내주오~ 갈 데가 있소~)

아, 이거 재미있겠다 해서 바로 카톡으로 이거 하겠다고 자원했습니다.

‘좀 높을 텐데 하고 싶으면 해야죠’라는 답변. 그래서 지금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

노래 한 곡 부르는데 뭐 이리 챙길게 많고, 준비가 어려운지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참 즐거운 시간이네요.

빨리 마스터 해서 중급반 끝날 때쯤엔 레퍼토리를 2-3곡 정도 늘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래도 살아생전에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하게 돼서 신나기 그지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