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성악과 입시 제자들 전원 합격 축하합니다

성악과 입시 제자들 전원 합격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더구나 전부 인 서울

“선생님 저 00 대학 합격했어요!”

시험 보고 난 후 선생인 저도 이런 반가운 연락을 몹시 기다립니다. 그러니 당사자인 제자들은 얼마나 조마조마하면서 기다릴까요?

올해는 전부 낙오하지 않고 좋은 대학에 합격할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성악과 입시 제자들 전원 합격

올해는 구정이 일찍 시작해서인지 정시가 뭐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나군 다군 시험이 같은 주에 며칠 간격으로 있었습니다

시험 치르고 정신을 가다듬기도 전에 1차 붙었다는 반가운 소식에 정신없이 2차곡 레슨하고 2차 보자마자 다음날 나군 시험 보고 한숨 돌리기도 전에 다군 시험 보고 암튼 정신없이 보낸 시험 기간

어떻게 시험을 봤는지 기억도 안 난다는 제자들 그냥 “잘헀어 잘했어!” 하고 넘기면서도 약간은 아쉬웠는데 합격이란 좋은 결과가 있어 속으로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따로 레슨일지를 작성하지는 않았지만 어떻게 공부를 진행했는지는 머릿속에 기억이 또렷합니다

첫 만남 그리고 문제진단

A양은 10달 전인가 시험에 실패하고 저의 사이트를 인터넷에서 보고 찾아왔습니다

어머니와 같이 왔었는데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놀라웠습니다. 벌써 시험만 6번째 재수 삼수가 아닌 그야말로 장수생이었습니다

계속 스카이 대학이라는 S, Y, H 대를 응시했었는데 한 번도 붙어본 적이 없었다고 하더군요. 뿐만 아니라 그 외 다른 대학도 붙어본 적이 없었다고

안양대학교 한번 붙었었는데 거긴 가기 싫기도 하고 멀어서 안 갔다고 하고

그전에 배웠던 선생님들은 “왜 네가 떨어졌는지 모르겠다!”고 이야기만 할 뿐 심지어 A양을 안 뽑은 대학이 이상하다고 하며 화를 내기도 했다고

제가 볼 때 노래하는 폼이 나쁘지 않았고 음악성도 있어 보였습니다만 결정적인 결함이 허스키한 목소리였습니다

그래서 물어봤죠 “연습을 너무해서 쉰 것 같지는 않아 보이는데 병원은 가봤었니?”

첫 번째 선생님에게 배우다 성대결절이 와서 결절 수술을 받았고 그다음부터 계속 노래 할 때 목소리가 그렇다고 하면서 병원에서는 목에 이상은 없고 결절도 다 나아서 별문제가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자신의 소리가 원래 그런가 보다 했답니다

저는 노래를 한번 듣고 간단하게 이야기해 줬습니다

“네가 계속 떨어진 원인은 노래하는 음악성도 좋고 노래도 잘하지만 쉰 목소리가 제일 큰 것 같다 목소리를 맑고 깨끗하게 만들지 않으면 어떤 대학을 시험 봐도 붙지 못할 거다”

“병원에서 목에 이상이 없다고 했다면 쉰 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발성이 잘못 됐다는 거겠지!”

그래서 쉰 목소리가 안 나오도록 조치를 해 봤더니 제 예상대로 쉰 목소리가 아닌 아주 멋진 소리를 내더군요.

“만약 올해 안에 샘이 이야기하는 소리를 낼 수 있다면 정시에서 네가 원하는 학교에 들어갈 수 있을 거다!”하고 이야기해 줬습니다

그렇게 해서 레슨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레슨의 목표는 한가지, 목소리를 바꾸는 작업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자신이 해왔던 무겁고 막 밀어내는 소리를 마스케라에 붙이면서 공명을 시킨 소리로 바꾸는 것은 정말이지 지난하고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전혀 감을 못 잡고 계속해서 자신의 쉰 소리를 고집하고 어쩌다 제가 원하는 소리를 내면 잘못 낸 줄 알고 자신의 소리로 돌아가고

이런 작업을 무한 반복하는 것이 레슨의 전부였습니다

그전에 불렀던 어려운 노래는 치우고 단순하고 어렵지 않은 아리아와 서정적이고 약간 짧은 독일 가곡 하나 과제로 내줬습니다

문제는 새로이 배우는 소리를 노래에 전혀 접목하지 못하고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가고 있었죠

무척이나 스트레스가 쌓였을 것이라고 상상하지만 어떡하겠어요. 꼭 해내야만 하는 건데 꾹꾹 참으면서 하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했습니다

어머니와 가끔 통화하면서 스트레스가 좀 쌓였을 테니 내색하지 마시고 지켜봐달라고 신신당부를 몇 번이고 했습니다

실기 시험

처음부터 저에게 온 때가 1~2월경이어서 전 아예 수시는 보지 말자 선언했습니다

왜냐하면 서울대가 올해 수시에서 아예 정시로만 뽑겠다고 발표를 했기 때문에 수시에선 볼만한 학교가 없어져 버렸기 때문이고

한예종을 시험 보기엔 시간상 절대로 불가능하다 판단을 했습니다

그래서 정시에 올인하기로 하고 지루한 레슨을 이어간 거죠

저의 방법이 효과를 내기 시작한것은 아마도 레슨 시작하고 8~9개월이 지나 거의 시험이 다가올 무렵이었습니다

그동안 계속해서 내던 쉰 목소리가 완벽하게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만 약 7~80%는 사라졌습니다

그런 상태로 시험을 보게됐습니다 어쩔 수 없었죠

” 그동안 정말 열심히 했다 대략 쌤이 생각하는 것에 50% 정도는 우리가 달성했다고 본다. 시간이 좀 더 있다면 좋겠지만 올해는 여기까지 지금까지 준비한 것으로 시험을 보자!”

그리고는 합격을 했습니다. 그러고는 저에게 하는 말이

“실기 시험 볼 때 쌤이 하라는 대로 50%도 못한 거 같은데 합격을 하다니 정말 신기해요!”

그동안 자신의 소리가 얼마나 매력적이고 멋있는 소리를 가지고 있었는지 전혀 모르고 소리를 내왔던 것이 얼마나 억울했는지 같이 밥 먹으면서 이야기하는데 전 할 말이 없더군요

6년 동안 입시를 치르면서 심지어 이렇게 멋있는 소프라노에게 메조를 하라고까지 했다던 선생님들이 얼마나 미울지 짐작이 갑니다

에고 이야기 하다 보니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아무튼 기쁜 마음에 자랑하고 싶어서 약간 수다를 떨었습니다

다음엔 경상도에서 올라와서 이번에 합격한 친구의 이야기도 들려 드리겠습니다

2022년 설날 모두 즐겁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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