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 연대 합격 했어요!

“선생님 저 연대 합격 했어요!” 저녁 먹고 있는데 제자가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습니다 난 또 무슨 일이 일어난 줄 알았습니다

“축하해! 정말 잘 됐다”

한 번에 합격하진 못했지만 예비 1번 받고 어떡하냐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더니만 정말 잘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딱 1년 저와 같이 레슨 하며 공부를 했는데 늦게나마 좋은 소식이 들려와 저도 무척 기분이 좋네요

명확한 목표

처음 만나서 어느 학교를 가고 싶니? 하고 물어봤을 때 “연대요!”하고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던 제자가 생각나네요

사실 그 당시 연대를 갈 수 있는 실력이 한참 모자랐지만 가겠다는데야 뭐라 할 말은 없었습니다

그래 열심히 해서 연대를 가보자! 하고 시작한 레슨이었습니다

그 후로 1년 동안 노래가 잘되든 못돼든 열심히 자신이 생각한 목표를 향해 저와 제자는 뚜벅뚜벅 걸어갔습니다

수시는 아예 생각도 안 했고 원서도 연대 하나 썼습니다 물어봤죠

“안 되면 어떡하려고? 가나다군 세 군데는 쓰는 게 좋지 않을까?”

제자의 대답은 “노!”였습니다 떨어지면 재수를 하겠다고 합니다 전 그냥 제자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습니다

저도 한대 입학할 때 한대 한 군데만 응시원서를 썼었습니다 왜냐하면 다른데 신경 빼앗기며 눈치 보기 싫었기 때문이죠

아마 제자도 그런 의지가 확실했던 것 같습니다

성실함

서울에 있는 예고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인지 음악적인 소양과 자질은 탄탄했습니다 제가 설명하는 것을 빠르게 이해하고 잘 따라오더군요

물론 내주는 숙제도 충실히 해왔고요 이런 성실함이 보였습니다

레슨을 하다 보면 말로만 연습했어요 하는 친구들이 많거든요 오랜 기간 입시 레슨을 하다 보니 아이들의 대답에서 정말 열심히 연습을 했는지 건성건성했는지 금방 알아챌 수 있는 눈치가 생겼지요

아무튼 연습을 잘해오는 느낌을 항상 받았습니다

부족한 수능 점수

알고 보니 수능이 좀 좋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안 좋은 것은 아니고 중간정도? 연대를 가기엔 좀 낮은 등급인 건 사실이었죠

어느 날 레슨하다가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만약 네가 떨어진다면 그건 수능 때문일 거다 노래 실력은 이 정도면 무난할 거 같은데 걱정이다”

노래로 뽑는 입시생들의 실력은 거의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나중에 점수를 합산할 때 수능 점수에 등락이 결정되는 수가 많습니다

수능도 노래 실력처럼 하루아침에 올리기가 쉽지 않죠

수능 때문에 좀 불안했지만 수능점수가 연대를 가겠다는 목표를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좋은 결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한 결과 “연대 합격”이라는 결과를 가져와서 정말 기쁩니다

비록 1년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이끄는 대로 믿고 잘 따라와 준 제자에게 고맙고 저의 레슨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만족감을 주는 결과입니다

부디 대학 생활 동안 한층 더 업그레이드돼서 훌륭한 성악가로 자라나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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