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 지휘 할 때가 제일 마음이 편하다

성가 지휘 할 때가 제일 마음이 편하다

오케스트라 지휘도 재밌고 일반 합창 지휘도 즐겁지만 나는 어쩐일인지 성가를 지휘할 때가 제일 좋습니다

그 이유는 저도 잘 모릅니다, 아마도 모태신앙이고 어머니가 생전에 지독하게 열심히 교회일을 하시는 바람에 어렸을 때 거의 교회에서 놀고 먹고 그래서 그런가 봅니다

귀국하고 여러 곳에서 지휘를 했습니다, 100명이 넘는 성가대도 지휘해보고 6~70명 되는 성가대와 오케스트라를 같이 지휘도 했었지만

지금 사역하는 마포교회는 성가대원이 30명도 안 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지휘했던 어느 성가대보다도 즐겁고 재미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성가대원이 무지하게 열심입니다

물론 연습시간에 늦게 오거나 떠들거나 하는 것은 전 세계 교회가 공통이니까 우리 교회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런데 뭐가 열심이냐고 하시겠지만, 열심이라는 말은 노래 부르는 것을 열심히 한다는 말입니다

성가대원이 노래 부르는 거 열심히 안 하는 데가 어디 있냐고 또 물어보실지 모르지만, 열심히 안 하는 성가대 많습니다

아마도 성가 지휘 하시는 분들이 이 글을 본다면 공감하실지도 모릅니다

전체 성가대원 중에서 열심히 안 하는 대원이 30%를 넘어가면 지휘자 자신이 생각하는 음악이 나올 확률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안 하는 대원들 신경 쓰여서 연습하다 짜증 많이 납니다 지휘자가 짜증 나기 시작하면 서로 망하는 거지요

심지어 인원이 많은 성가대는 별의별 일이 많습니다, 연습하는 도중에 핸드폰으로 드라마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냥 무늬만 성가대원인 사람도 많고 소프라노 파트 연습하는 데 베이스는 간식 먹고 헐!

30여 년을 성가대를 지휘 하면서 별난 경우를 다 겪어 보았습니다만 우리 성가대만큼 노래를 열심히 하는 성가대는 본 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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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이유는 노래를 잘 합니다

노래를 열심히 하는 이유를 가만히 살펴보면 노래를 할 줄 아니까 열심인 것입니다

노래를 잘 못 하면 열심히 할 수가 없습니다 자전거도 잘 타는 사람이 매일 타러 나갑니다, 어쩌다 타는 사람들은 엉덩이 아파서 잘 못 탑니다

제가 건강 때문에 자전거를 시작 했을 때 큰맘 먹고 자전거를 좋은 걸 샀는데 5분을 타기가 어려웠었습니다. 이유는 엉덩이가 너무 아파서 타고 싶어도 탈수가 없었습니다

자전거 안장을 한 3번 바꿨을 때쯤에는 약 2시간 정도 탈수 있게 되었는데 생각해 보면 안장이 좋아서라기보다는 그 정도 됐을때가 1년 정도를 거의 매일 이를 꽉 물고 탔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다음부터는 자연스럽게 매일 2시간 정도씩 라이딩을 합니다,

노래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 교회는 음악원이 있습니다. 성악도 가르치고 기악도 가르치는 좋은 시스템인데 우리 성가대 분들은 거의 이 음악원을 다녔더군요.

그러니까 정식으로 노래하는 것을 배웠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노래 부르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또 할 줄 아니까 열심일 수밖에 없습니다

열심 + 노래를 잘하니까 좋은 점이 제가 하고 싶은 곡을 맘대로 뽑을 수가 있습니다

뭐 성가대가 버벅거리고 소리 못 내고 악보 못 읽고 어쩌고 하는 구구절절한 사연들 때문에 지휘자들이 선곡하고 싶어도 성가대 생각하면 연습시킬 엄두가 안 나서 제껴 버려야 하는 상황을 성가 지휘 하시는 분들은 거의 겪어 봤을 것입니다

저는 그런 고민이 없어 좋습니다, 그래서 곡이 마음에 들면 일단 뽑고 봅니다, 게다가 제가 욕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불러보고 싶은 성가가 무궁무진하지요!

그 덕분에 우리 성가대와 7년째 같이하고 있는데 같은 노래를 불러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아마도 우리 대원들은 죽을 맛일지도 모릅니다만 저는 우리 대원들에게 아예 대놓고 이야기했습니다, “저 있는 동안 한 번 부른 곡은 다신 안 부를 것입니다” 하고요

설마 저 지휘자가 진짜로 그럴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 안 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 7년째 그렇게 하고 있으니 지금쯤이면 대원들도 체념했을 겁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