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 입시 팁 2 끊임없이 움직여라

성악 입시 팁 2 성악 입시생들을 위한 시리즈 두 번째 시험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준비하는 방법입니다

*첫번째 글 시험장에서 쫄지 마! 먼저보기*

앉아있지 말고 끊임없이 움직여라

자신이 노래 부를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을 관찰해 보면 정말 재미있습니다,

변죽 좋게 여러 사람과 어울리며 쉴 새 없이 떠드는 사람, 안절부절하는 사람, 음악 듣는 사람, 가만히 앉아있는 사람 등등 정말 여러 가지 모습을 보입니다

여러분은 어떨 것 같나요? 당연히 시험이 처음이라 겪어보지 않아 잘 모르시겠지요?

운동선수들은 시합을 하기 전 천천히 몸을 풉니다, 그러고는 시합 바로 직전까지 자신의 몸을 땀이 날 정도로 운동을 합니다 절대 가만있지 않습니다

몇 년 전 박태환 선수가 올림픽에선가 수영시합을 하러 나오면서 큰 헤드폰을 귀에 끼고 나오는 모습이 티브이에 방영된 적이 있습니다

그다음부터 큰 헤드폰을 귀에 끼고 거리를 활보하는 젊은 사람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저는 생각하지만 그 친구들은 박태환의 그 모습이 아마 멋있어 보였나 봅니다

헤드폰을 끼고 슬슬 걸어 나오는 박태환은 가만히 앉아서 계속 음악만 듣고 있었을까요?

절대 그렇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마도 라커룸에서 계속해서 운동을 하면서 몸을 따뜻하게 만들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곤 자신의 경기 시간이 되어 자신이 집중해서 만들어 놓은 정신력을 흐트러뜨리지 않기 위해서 큰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틀었는지 염불을 틀었는지 모르지만 오로지 수영장만 바라보면서 입장하고 경기를 시작한 것입니다

시험을 봐야 하는 여러분도 운동선수인 박태환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온 신경을 노래에 집중시켜서 심시위원 앞에서 그 짧은 시간에 여러분이 몇 년을 준비해 왔던 것을 하나도 빠짐없이 보이고 나와야 하는 상황에서 그냥 앉아서 머리만 굴리는 것은 정말로 위험한 일입니다

자신의 노래 부를 시간이 되기까지 움직이십시오

그래서 노래를 부르기 바로 전까지 여러분의 몸의 긴장감이 최고가 되도록 만드시기 바랍니다,

학생이 듣는 것과 선생님이 듣는 것이 다르다

시험 대기 하다 보면 원하지 않아도 남들이 연습을 하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내 앞에서 부르는 친구가 소리도 이상하고 노래도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이상하게 부른다면 자기도 모르는 새 기분이 좋아지고 뭔지 모를 자신감이 마구 솟아오릅니다

반대로 앞에서 부르는 친구의 목소리가 좋게 들리고 멋지게 고움을 뽑아낸다면 내 기분은 더러워 지죠 쟤는 저렇게 하는데 난 뭐지? 이런 생각도 들고 뭐 별의별 생각이 다 납니다

비단 입시에서만 그런 것은 아니고 대학 졸업하고 유학하는 중에 콩쿠르를 나가도 소리 좋은 친구가 앞에서 노래 부르면 아예 노래도 부르지 않고 짐 싸갖고 가버리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외국 친구들도 우리와 똑같은 생각입니다

문밖에서 여러분이 듣는 소리는 다 근사하게 들릴 것입니다 그런 것에 너무 신경 쓰지 말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생각에 너무 잘한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무대에서 들었을 때 이상한 친구들이 더 많습니다

여러분이 평가하는 것과 선생님이 평가하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그것만 알고 계세요

저의 제자들도 시험 보고 오면 다 잘했다고 하는데 반주 선생님의 이야기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처럼 긴장하고 있는 여러분의 판단력은 그리 믿을 것이 못됩니다

앞에 친구가 어떻게 부르든 간에 여러분은 여러분의 노래를 부르고 나오면 됩니다

선생님 머리꼭지를 보라

“저는 안 떨어요!”

저의 제자들이 맨날 하는 말입니다

“너 분명히 떨릴 테니까 그럴 땐 이렇게 해!” 하면서 이야기를 해줘도 자기는 한 번도 떨어본 적이 없다나 뭐라나 하면서 자신감을 보이던 제자가

정작 시험 보고 와서는 하는 말이

“ 노래하다 갑자기 선생님이랑 눈이 마주쳤는데 그다음부터는 아무 생각이 안 났어요!”

선생님과 눈이 마주친 순간 가사 까먹고 박자 놓치고 아바부바 완전히 시험 망치고 왔다며 한말입니다

세상에 무대에서 안 떠는 사람 없습니다 파바로티도 떨고 도밍고도 떱니다 혹시 여러분 중에도 제 제자 같은 분이 있을 겁니다

너무 자신하지 마세요!

긴장감을 없애기 위해서 노래 부르러 피아노 앞에 서면 앞에 있는 심사위원 머리 꼭대기를 보던가 그 뒤에 있는 무언가에 집중하고 부르세요

누구나 눈이 마주치면 떨리게 되어있습니다

제일 좋은 것은 눈이 안 마주치면 되죠 그러기 위해 일부러 선생님 머리꼭지를 보던가 그 뒤를 보고 노래를 부르는 것이 노래 부르면서 마음의 평화를 얻게 해주는 수단이 될 겁니다

한번 실수는 병가지상사 兵家之常事

우리말에 한번 실수는 병가지상사 兵家之常事라는 말이 있습니다 정확한 뜻은

“한번 이기거나 지는 것은 싸우는 사람들에게는 늘 있는 일이라 한번 실수는 누구나 저지르는 것이니 기죽지 말아라”라는 정도의 말입니다.

시험장에서 노래를 부르다 보면 머리가 하얘져서 아무 생각이 안 나는 때가 있습니다

제 제자 중에 하나도 그렇게 자신 있게 시험을 보러 갔지만 노래를 부르려 하니까 아무것도 생각이 나질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렇게 시험 보기 전까지 가사 달달 외워라 하고 이야기했건만 끝내 실수를 저지르고만 케이스였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선생님과 눈이 마주치니까 갑자기 다리가 후들거리며 떨기 시작하면서 가사도 까먹고 버벅거린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 여러분은 어떻게 할까요?

아예 다 잊어먹어서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난다면 선생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반주자의 악보를 보고 어디서부터 다시 부를지 반주자에게 이야기하고 차분히 다시 부르면 됩니다

한 제자는 틀리니까 당황해서 바로 나왔다고 하더군요, 그러면 절대로 안됩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보통은 1분 30초면 끊는데 여러분이 거의 다 불렀는데 틀렸다면 할 수 없지만

시작하자마자 틀렸다면 차분히 다시 부르시면 됩니다 선생님들이 틀렸다고 종 치는 것이 아닙니다 전체를 종합해서 듣기 때문에 여러분의 기회를 절대로 놓치면 안 됩니다

한번 실수는 병가지상사 꼭 기억해 두세요

누구나 실수할 수 있습니다만 좌절해서 미리 포기하기보다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 부르는 것이 심사위원들에게나 자기 자신을 위해서 좋습니다

저도 학교 다니면서 콩쿠르 나갔을 때 노래를 부르다 틀린 적이 있었는데 에라 모르겠다 하고 뒷부분을 더욱 열정적으로 부르고 나선 떨어졌구나 하고 낙심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한국 사람은 저 하나만 본선에 올라가고 나머진 모두 떨어졌던 일이 기억나네요

어느 드라마에 나오던 대사가 생각납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시험장에서 노래 부를 때 반주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닙니다 한번 실수를 했다고 절대 포기하면 안 됩니다

평소 안 하던 짓은 절대 하지 마라

대학교 1학년 때 중앙 콩쿠르에 나갔던 적이 있습니다, 1차에 붙어서 2차 예선을 보러 가야 되는 데 저의 레슨 선생님이 너무 기쁜 나머지 아침에 저를 부르셨습니다

레슨을 해 주시겠다는 것입니다, 오후에 노래를 하기 때문에 아침에 바쁘게 움직일 필요가 없어 선생님 댁으로 가서 레슨을 받았습니다

그때까지 선생님 제자 중에 콩쿠르에 나간 친구도 없었지만 예선을 통과한 적도 없었기 때문에 선생님은 거의 반 흥분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레슨 끝나고 점심을 먹고 가라고 하십니다 전 “네” 하고 먹고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선생님이 갑자기 음식점으로 가서 삼겹살을 사주시는 거였습니다 전 그때 자취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침은 대충 김치에 물 말아먹는 정도였었는데 갑자기 삼겹살이라니 엄청 부담이 되더군요

선생님은 연신 더 먹어라 많이 먹어라 하시면서 자꾸 고기를 주시는데 사실 전 고기도 잘 안 먹거니와 삼겹살은 거의 새카맣게 태워 먹는 스타일인데 선생님은 고기를 좋아하셔서 거의 불만 지나가면 먹으라고 주십니다

할 수 없이 주시는 것 다 받아먹고 2차 예선하러 갔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학교에 도착해서 발생했습니다 배가 슬슬 아파오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식은땀이 뻘뻘 흐르고…

제 노래 부르는 차례까지 계속 화장실에 있었습니다, 반주자가 불러서 겨우 시험장에 들어가 어찌어찌 노래를 부르고 나왔습니다

정말이지 안 하던 짓을 해서 곤욕을 치른 경험이라 30년이 지난 지금도 생각이 생생하게 납니다

그런데 그렇게 불렀음에도 2차 예선 통과하고 본선에 진출했지요 본선 하는 날은 아예 선생님께서 개고기 잘하는 집을 예약하셨다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전 개고긴 전혀 못 먹거든요 제자를 사랑해서 해주시는 것인데 사양하는데 정말 힘들었습니다

시험날 부모님의 마음은 저희 선생님의 마음과 같을 것입니다

좋은 음식을 새벽부터 어머니가 차려주신다든지 한 번도 입어보지 못한 옷 때문에 신경 쓰인다든지 하는 경험이 여러분도 꼭 있을 것입니다

시험 보러 가는 날은 꼭 이야기하세요 그냥 먹던 거 먹고 늘 입던 옷 입고 가서 편하게 부르고 오는 것이 제일 좋은 겁니다

심지어 어떤 여학생은 드레스를 입고 오기도 합니다, 선생님들이 속으로 웃습니다

시험 보기 전에 기도하라 끝나고 기도하면 늦는다

저는 지금까지 입시도 많이 치르고 콩쿠르도 많이 나갔었습니다 성악가가 된 후에도 연주생활을 하면서도 무대에 서기전에 꼭 하는 한 가지 버릇이 있는데 그건 바로 기도 하는 것입니다

물론 제가 기독교인이라서 그런점도 있지만 그것보다 간절함이 기도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저의 기도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연습한 만큼만 하게 해 주세요!”

입시든 콩쿨이든 성악을 전공하는 이들에게는 전부 무대입니다 무대는 냉정합니다

실수를 하게 되면 가차없이 비평이 나오게 되고 시험이나 오디션의 경우 감점 대상이 됩니다

나의 실수를 너그럽게 봐주는 사람은 나의 가족이나 지인들 밖에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주에는 요행수란 없습니다 딱 자신이 연습을 한 만큼만 할 수 있다면 최상의 연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악에서 선생님들이 이런 말씀을 많이 하죠

“무대에서 자신이 연습할 때의 60%만 하면 성공이다!”

무대에서 노래를 할 때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연습할 때보다 잘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간혹 가다 “난 무대체질이야!”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건 그 사람 생각이고 보는 사람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무대에서 작은 실수가 입시에선 성패를 좌우하고 콩쿨에선 당락을 좌우합니다

그래서 오버하지 않고 연습한 그대로만 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입니다

전 평생을 수많은 무대를 경험하면서 그렇게 해왔습니다
이렇게 기도를 하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여러분도 한번 해보세요 아마 여러분도 효과가 있을 겁니다

종교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전 기독교지만 다른 분들은 불교나 카톨릭이나 이슬람등 다른 종교일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종교가 없어도 기도는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자신이 연습한 대로 연주를 하고 내려왔다면 이런 기도가 나올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연습한 대로 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개판으로 부르고 내려와서 기도하지 마시고 무대에 올라가서 최선을 다 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올라가서 그동안 열심히 준비한 것을 최선을 다해 보여주고 홀가분하게 내려오시기 바랍니다